기후변화에 북극곰 말고,사람이 죽는다

이영민 | 기사입력 2026/06/28

기후변화에 북극곰 말고,사람이 죽는다

이영민 | 입력 : 2026-06-28

 



[뉴스쥼=이영민기자] 어느 순간 ‘북극곰을 살리자’는 메시지가 환경 보호 흐름을 대표하게 되며,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목소리가 ‘배부른 소리’라는 취급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 또한 옛날얘기. 녹아내리는 빙하 위에서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존재는 더 이상 북극곰이 아니라, 사람들이다.

 



북극과 남극에서 얼음이 사라지고 있다는 소식은 하루가 멀다고 들려온다. 그러나 대중들에게 와닿지는 않는다.

인류 대부분이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사람들도 얼마 살지 않는 곳이 겪는 위기에 관심을 갖기에는 현대 사회의 문제점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극지방의 변화는 단지 ‘동물들이 살기 힘들어졌다’는 식의 감상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극지방은 지구 전체의 기후 흐름을 만드는 해류 시스템의 핵심 축. 이곳이 무너지면 우리 삶을 지탱하던 보이지 않는 규칙이 무너진다.

인류가 만든 거대한 문명 또한 지구의 규칙에 따라 지어진 것. 안타깝게도, 우리에게는 아직 어긋난 규칙을 되돌리거나 예측하거나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이 아직 없다.

무서운 점은 이런 극지방의 모습이 최근 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 더 이상 우리의 삶을 바꿀 것이라는 ‘경고’가 아니라 실제 재난의 형태로 변화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별명 무색해진 ‘얼어붙은 땅’…변화가 무서운 이유



세계기상기구(WMO)가 지난 3월 공개한 2025년 세계 기상 상태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전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1850~1900년 평균)과 비교해 1.43도 높아졌다. 그리고 2015년부터 2025년까지 최근 10년은 인류의 관측 이래 가장 더운 10년으로 기록됐다.

우리가 체감하기에도 확연히 변화한 날씨. 예민한 극지방 생태계는 더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이 지난해 발표한 극지방 보고서에 따르면 북극은 지난 2024년 10월부터 2025년 9월까지 약 1년간 역사상 가장 따뜻한 날씨를 기록했다.

 



극지방의 변화 속도는 유독 빠르다. 2006년 이후 북극의 가을과 겨울 대기온도 상승률은 각각 전 지구 평균 상승률의 두 배를 넘었다. 겨울이 따뜻해지면 얼음이 충분히 두꺼워지지 못한다. 그 결과 다음 여름을 버틸 수 있는 오래된 얼음이 줄고, 다시 더 많은 바다가 드러난다. 드러난 바다는 햇빛을 흡수하고, 북극은 더 빨리 데워진다. 그야말로 악순환이다.

심지어 오랜 기간 유지됐던 극지방의 날씨가 완전히 전환되는 신호도 포착된다. 지난해 6월 북극의 적설 면적은 60년 전과 비교해 절반 수준에 해당했다. 겨울에 눈이 쌓여도, 봄과 여름에 접어들며 녹아내리고 있다는 것.

북극에 쌓인 눈의 양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눈은 햇빛을 반사해 지표를 식히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눈이 사라지면 땅과 바다는 더 많은 열을 흡수해, 지구 전체의 온난화를 가속하는 것. 우리를 지키던 하얀 방패가 사라지고 있다.

 



‘해빙’의 경우도 마찬가지. NOAA에 따르면 지난 2025년 9월말 북극의 가장 오래되고 두꺼운 해빙(4년 이상 다년생 해빙)은 1980년대에 비해 95% 이상 줄었다. 이제는 얇은 얼음밖에 남지 않았다.

이는 기온이 오르는 여름철에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한창 얼음이 얼어야 할 겨울철도 마찬가지. NASANSIDC는 2026년 3월 북극 겨울 해빙 최대 면적이 1429만㎢로, 2025년과 사실상 동률인 관측 사상 최저 수준이었다고 발표했다.

북극의 육상 생태계의 경우 최근 그 성질이 바뀌었다. 탄소 ‘흡수원’에서 ‘배출원’으로 바뀌고 있는 것. 기온 상승으로 인해 ‘동토층(얼어있는 땅)’이 녹고 있기 때문이다. 한 번도 녹지 않았던 언 땅이 녹을 경우, 그 안에 들어 있던 탄소가 대기 중으로 방출돼 기후변화를 유발한다.

 



지난 2024년에는 북미와 스발바르 영구동토 관측지에서 기록상 가장 높은 지중 온도가 나타나, 근처 강과 하천이 주황색으로 변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동토층에 들어 있던 물질이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이게 다가 아니다. NOAA는 2003년부터 2025년 사이 유라시아 북극의 식물플랑크톤 생산성이 80%, 바렌츠해가 34%, 허드슨만이 27% 증가했다고 밝혔다. 얼핏 보면 생산성이 늘어 좋은 일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한랭 생태계가 아한대·온대성 생태계로 밀려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바다가 따뜻해지면 플랑크톤, 어류, 해양 포유류의 분포가 바뀐다. 먹이망이 흔들리는 것이다.

 



북극 주변 바다의 변화는 더 극적이다. 2025년 8월 북극해 대서양 쪽 주변해 평균 해수면 온도는 1991~2020년 8월 평균보다 약 7도 높았다. 따뜻하고 염분이 높은 대서양 물이 북극으로 더 깊숙이 들어오는 ‘대서양화’도 진행 중이다. 이는 해빙을 더 쉽게 녹이는 역할을 한다.

북극이 더 이상 ‘차가운 곳’이 아닐 수 있다는 것. 그 변화의 여파는 대부분 인류의 삶을 망가뜨릴 수 있을 정도로 크다.

NSIDC는 그린란드 빙상이 전부 녹으면 전 지구 해수면이 약 7.4m 오르고, 남극 빙상이 전부 녹으면 약 60m 오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인간이 유발한 지구 생태계 변화로 인해 대부분 문명을 물에 잠길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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